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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고기에서 고기다.

10.<소고기>소고기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by 태정태세갑근세 2024. 2. 7.

소고기구이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고기는 돼지고기처럼 바싹 익혀먹으면 질겨진다.

소란 동물은 인간이 사육화 시키면서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 동물이란 것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농경사회에선 힘이 좋아 밭을 갈거나 방아를 찧는 등 생활에 큰 보탬이자 자산이었다. 도축을 하면 가죽은 쓰임가 많았고 고기부터 족, 뼈, 꼬리 할 것 없이 모두 구워 먹고 삶아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뼈를 고아 먹으면서 부족한 영양 보충이나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귀중한 자원이기에 함부로 도축할 수 없던 시기도 있었고 소비량이 크게 증가할때는 공급을 위해 수입을 하여 물량을 맞추기도 했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시기에는 소가 배출하는 탄가스가 문제가 되기도 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소가 주었던 인간의 삶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 

 

- 한우, 조선의 소 -

한우라 하면 기본적으로 누렁소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고구려의 고분벽화를 보면 누소 말고도 얼룩소, 흑소, 흰 소등 다양한 종의 소를 볼 수가 있다. 농경사회에선 수레를 끌어 유통에 보탬이 되고 밭을 가는 등 일을 할 수 있기에 각 고을 마다 소의 두수를 철저히 기록하여 관리한 것을 사료로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총 9개로 소의 종을 구분한 자료를 볼 수 있는데 종의 개량이나 보존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는 소외에도 닭이나 개도 마찬가지였는데 군사력에 보탬이 되는 말 외에는 가축개량에 제외되었다.

 

위에 서술하였든 다양한 종이 존재했는데 얼룩소라 하면 우유를 짜는 홀스타인종 얼룩소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림과 여러 사료를 보았을 때 칡소를 뜻한다. 어릴 땐 검은색 털이었다가 성장하며 갈색 무늬가 얼굴부터 얼룩덜룩 생기기 시작한다. 사료에 나오는 흑소는 성격이 온순하고 지방층이 두꺼워 육질이 부드럽다고 되어있다. 다만 성장이 느린 것이 단점이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얼룩소, 흑소, 흰 소보다 압도적으로 누런색의 황소가 개채 수가 많기 때문에 한우=황소라는 인식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일제강점기인 1912년과 1920년에 소의 털색을 조사하였는데 황소가 66.69%로 가장 많았고 2009년에 와서 농촌진흥청에서 유엔 식량 기구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칡소 400마리, 흑소 100마리, 제주흑소 400마리로 되어있다. 

 

한우는 암소가 300kg, 수소가 420kg 정도 되고 대체로 성격이 온순하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번식력도 좋다. 외국의 홀스타인종이나, 와규, 앵거스 종에 비해 한우는 수천 년 동안 사역용 즉 일소로만 관리가 되어왔기 때문에 품종개량은 이뤄지지 않다가 1960대에 들어서 외래종을 들여와 종 개량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몇번의 시도가 이루어 졌지 단발성에만 그쳤는데 이유는 한우=적갈색 털 이란 인식이 너무 강해졌고 확실한 품종개량 법이라 할 수 있는 이종교배 대신 우리가 지켜야 할 토종품종이란 인식 때문에 사료를 연구하는 것 외에는 딱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한우의 맛과 마블링 -

과거에는 주로 목초와 풀을 먹고 키웠지만 현대에 들어선 곡물, 배합사료를 먹여 키운다. 사역용으로 쓰기보단 빠르게 성장시켜 출하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고 단시간에 체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볏과 사료를 섞어 먹인다. 또 활동량이 적어야 근내지방 이른바 마블링이 좋아져 대부분은 축사에서만 자라게 한다. 대한민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사육장은 혐오시설로 분류가 되어 넓은 목초에서 키우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백화점이나 고급 식당에 납품용으로 쓰일 소들은 일반축사보다 훨씬 적은 공간에서 키우며 고칼로리 사료를 먹이며 풀은 거의 먹지 않게 사육한다.

 

이렇게 키운 소는 보통 30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도축 하게된다. 이는 거세 소의 경우이고 암소의 경우는 새끼를 2번 정도 출산 후에 출하된다. 미경산 이라 하여 암소가 새끼를 가지지 않고 30개월령에 출하되는 소도 있다. 도축 후 운동량이 가장 적은 부위인 꽃등심, 채끝살, 살치살, 새우살을 보면 다량의 마블링이 잘 보이는데 25%가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근내지방도 9등급을 넘어가는 소를 보면 60%가 넘기도 하여 칼로리가 매우 높다.

 

외국에선 가장 유명한 앵거스 품종에 비해 지방질이 많다 보니 살코기의 맛을 느낄 수 없어 한우는 그다지 맛는 소는 아니 라는 의견도 있으나 이것은 스테이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문제고 지방질을 구울 때 살코기가 캐러맬라이징이 되어 풍미와 육향이 뛰어나다는 부류도 있다. 원래부터 한우가 이런 기름이 많은 소는 아니었으나 단기간 내에 성장시켜야 하고 적은 국토에서 곡물과 사료를 먹여 키울 때의 효율과 마블링 위주로 평가받는 등급제의 영향이 크다. 소비자들도 근내지방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또 그 맛을 즐기는 방식 때문에 변하게 되었다. 

 

마블링 자체가 고기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는데 일본의 와규가 상당히 고마블링이라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것도 있다. 과거 한우는 오래 익히는 탕 요리나 작게 썰어 구워 먹는 방식의 적합한 소고기였지만 서구화된 식문화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었고 두껍게 썰어 부드럽게 먹는 스테이크 식 방식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마블링을 늘리려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마블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까지는 지방질에 대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았었다.

 

필자도 높은 등급의 소고기에서 나오는 기름과 기름 맛 때문에 걱정이 되는 손님한테는 등급을 낮춰 1등급에서 1+등급의 고기를 추천한다. 사람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마블링의 소고기는 입안의 기름이 계속 맴돌아 오래 먹기가 힘들고 특히 어르신들은 기름의 고소함보단 고기의 담백함을 선호하기 때문에 낮은 등급의 구이류 부위 중에서 추천해 드린다.

 

최근 들어서는 한우도 스테이크 식 조리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이 되고 있는데 이는 앵거스 품종에 비해 마블링이 훨씬 잘 형성 되어있으니 외국처럼 레어~미디움 레어 사이의 익힘보단 지방질이 충분히 녹을 수 있는 미디움 웰던~웰던으로 익히면 감칠맛과 풍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는 특히 굽기 후 레스팅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시간을 들여 내부까지 온도를 전달 시켜주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고기 외에도 한우 뼈를 고아 국물을 내면 어두운 황갈색의 사골국이 나오며 수입소에 비해 구수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육용 는 한우 말고도 몇 가지 존재한다. 과거의 소고기는 매우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 궁에서 주로 사용하였고 민간에선 몰래 도축하여 양반의 제사에 사용하였다. 민간에서도 자연사하거나 사역용으로 쓰기 어려울 때만 잡 먹어볼수 있을 만큼 귀한 존재였다. 현재도 비싸지만 경제력과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외래종을 가져오기도 하고 부분육을 수입하기도 한다. 관심이 많아진 만큼 맛있게 먹기 위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