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선구자들에게 늘 존경심을 갖는다. 복어 독의 무서움을 모르고 복어를 먹어본 분이나, 우유를 발효하여 나는 그 냄새를 이기고
치즈를 만들어 먹으려 했던 분 등 선구자들의 '탐미'에 대한 자세는 늘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전 글에 썼듯이 그 돼지잡내가 나는 재래 돼지를 먹기 위해 각종 향신료와 된장, 야채를 넣어 삶아 먹고, 양념하고, 쪄먹었던 자세는
비록 살기 위해 먹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존경받아 마땅하다.
1970~80년 가스버너의 탄생과 대중화, 부탄가스, 프로판가스의 보급, 양돈 기술의 발전과 정부의 수출금지 정책
이 모든 것들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며 10년 뒤인 1990년 삼겹살의 황금기를 이끌게 된다. 비록 이 부분에서
여러 전문가분과 전문가가 듯한 분들의 의견에 따라 일본의 수출용 생산된 돼지의 잔여 육우로 보느냐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지만 나는 전문가인 김태경 선생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겠다.
- 삼겹살의 성장 -
과거에는 '삼겹살'이라고 불리었으며 모양도 지방-고기-지방-고기-지방 순서이다. 1번부터 4번까지 뼈와 고기를 제거하여 갈비로 사용하고
남은 5번부터 삼겹살이 된다. 그리고 가공공장에서 거래처의 요청에 따라 등심과 삼겹살 윗부분을 살짝 덧붙여 등갈비로 정형하기도 하다 한다.
한국인들이 선호하고 즐겨하는 구이 부위는 몇 가지가 더 있지만 가장 근본이며 대표적인 삼겹살은 지방이 그 맛을 좌우한다.
삼겹살을 한 줄 잘랐을 때 고기와 지방의 비율이 6:4 혹은 7:3이 되어야 가장 이상적인 삼겹살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그냥 삼겹살이라고 하면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았지만 자신의 식성과 건강에 따라 선호하는 위치가 달라졌다.
가장 많이 사랑받게 된 이유는 소고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먹기 위한 준비 과정도 매우 단순해졌다.
물론 돼지고기의 구이류 중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을 차지하지만 막 성황을 이룰 때에는 당시 시대상 인건비가 높지 않았기에
식당에서 먹어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며 불과 불판 원형 테이블에 기본 반찬과 찍어 먹는 장류만 구비되어 있었다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최고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곳곳에 주점만큼이나 많은 삼겹살 식당이 생겨나기 위해 시작했고 나름의 차별화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화와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는 곳들이 생겨나기 위해 시작했다. 솥뚜껑 이용하는 집, 돌을 평평하게 가공하여 돌판으로 만드는 집,
한때 TV에도 나와 크게 논란이 되었던 슬레이트를 사용하는 방법도 나왔었다. 매우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1급 발암물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었던 것이었다.
- 세대가 다르게 기억하는 삼겹살 -
삼겹살이 막 유행하던 시기에는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다.
90대 중반쯤엔 100g당 100g당 600~700원 선으로 유통이 되어 가족의 외식도, 직장에서의 회식도 무난 한편이었으나
시장 논리가 그렇듯 수요량이 월등히 증가하다 보니 100g당 1000원이 되었다가 2000년대에는 1000원짜리 삼겹살은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가격이 폭등할 당시 소고기보다 조금 저렴한 정도 수준까지
올라오다가 정부의 집중관리를 받기 시작하며 3000원까지 오르던 것이 조금 내려앉았는데 업계에서 10년 정도 일하면서도
4월의 구제역이나, 아프리카 돼지 열병 같은 전염병이 돌아 공급량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3000원 선도 무난하게 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삼겹살이 아니라 금겹살이다." , "삼겹살 싸다는 건 옛말이다."라는 부분을
쉽게 체감한다. 그래도 정육점에서 일하다 보면 가장 많이 찾고 팔리는 부위인 것은 여전하다.
이렇게 인기와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항상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른바 양심 없는 업자들의 가짜 삼겹살 사건과
원산지 속이기이다. 실제로 필자는 제주도에 가서 흑돼지 삼겹살을 먹어보고 싶어 인근 정육점에 갔는데 삼겹살을 달라고 하니
앞다릿살을 잘라 주었다. 정육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다시 말하며 제대로 달라고 하자 멋쩍어하며 "제주도에선 오겹살을 달라고 해야 내지의 삼겹살을 준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여행 온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앞다릿살을 성형하여 삼겹살 엇비슷하게 만들어 판다던가 식용본드로 고기를 붙이던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뉴스에도 보도되었기도 하였고 한 EFTA 후 본격적으로 들어온 냉동 삼겹살을 가져다가 해동 후 국내산으로 둔갑하여 파는 경우도 있다.
최근까지도 구청이나 시청 위생과에서 가장 많이 단속되는 것이 수입 냉장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행위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라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고 냉동을 해동하여 파는 게 아닌지라 의심하기도 어렵다.
마트는 자체적으로 단속을 하기도하고 대형 유통사라 이렇게 속이는 경우가 적은데 동네정육점이나 식당 같은 경우는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 여전히 현재진행 중, 삼겹살 사랑 -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삼겹살이지만,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면
가는 식당중에 삼겹살집은 항상 빠지지 않고있다. 또한 창업시장에서 삼겹살집은 여전히 순위에 있는 만큼 보다 특별하고 보다 맛있게 먹는 방법들이 꾸준히 연구되고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이젠 한국인의 DNA에 새겨져 있는 듯한 삼겹살, 그 맛을 탐미하고자 하는 자세는 앞으로도 삼겹살을 더 사랑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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