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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고기에서 고기다.

3.<돼지고기>대한민국 소울푸드 삼겹살, 변화의 기록들

by 태정태세갑근세 2024. 1. 28.

식당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본 상차림이다. 불판위엔 고기뿐 아니라 같이 구워 싸먹을수있는 것들도 다양하게 올라온다.

 

오늘도 삼겹살에 관한 연작으로 시작하려 한다. 돼지고기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쉽게 넘어가기가 어려울 만큼 한국인인 필자도 그 매력에 쉽게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 언급했듯 삼겹살의 역사는 짧지만 단기간 내에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 친근한 만큼 매우 쉽게 접했던 불판  -

한국에서 이제 막 돼지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시작할 때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불판은 '솥뚜껑'이었다. 한국의 음식 문화는 솥으로 시작하는 것에서 솥으로 모든 마무리를 한다. 무쇠솥에서 밥을 짓기도 하고 물을 끓여서 각종 익힘 요리에 사용한다. 그리고 무쇠 뚜껑은 손잡이가 있는 부분을 뒤집어서 기름칠하고 전을 부치거나 음식을 익히는 데 사용하였다. 쉽게 녹이 슬거나 칠이 벗겨지지도 않고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수많은 제사와 차례를 지낼 때 올릴 음식은 솥과 솥뚜껑에서 시작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가슴 아픈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사료를 보더라도 피난민들은 솥은 꼭 챙겨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솥뚜껑을 뒤집어 바깥쪽에 고기를 올리어 삼겹살을 익히고 손잡이가 있는 움푹 낮은 곳으로 기름을 모이게 하여 기름을 빼주었다. 이후에는 시간이 지나며 모인 기름에 김치를 올리기도 하여 기름에 바싹바싹하게 익힌 김치를 같이 싸 먹기도 하였고 양파나 감자, 고구마, 새우를 주는 곳도 생겨났고 지금도 각종 곁들이 채소류를 같이 먹기도 한다. 오래 두어도 쉽게 쉽게 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기를 굽기까지 과정이 오래 걸린다. 솥에 열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생겨났지만 많은 발전과 변화를 겪으며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정말 많은 불판이 저마다 차별화를 선언하며 생겨나기 위해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돌판,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옥돌 판, 솥뚜껑에서 진화한 방짜유기 불판도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기원인지는 모르나 건축자재인 슬레이트에다가 구워 먹는 얘기도 있었으나 뉴스에 슬레이트가 석면이 주원료이며 발암물질이라 매우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단번에 사라졌다. 

여담이지만 5년 전 필자가 고깃집 창업을 돕기 위해 고기 불판에 관한 시장조사를 하였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불판은 코팅된 팬과, 스테인리스나 구리로 된 석쇠 형 불판이었다. 당시 20년 경력의 사장님께서는 새로운 불판의 모델들이 종종 나오기는 하나 불판의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차별화는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며 조언해 주신 것이 기억난다.

 

- 원조를 뛰어넘어, 새로운 맛으로 -

엄청난 경제성장과 호황에도 결국 대한민국은 IMF란 큰 상처를 입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사라지고 수많은 우리의 아버지분, 어머니분 들이 창업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많은 가맹 사업자들은 자신들만의 기술과 특징을 살려 각종 삼겹살집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와인 숙성 삼겹살, 김치 숙성 삼겹살, 요구르트 유산균 숙성 삼겹살, 누룩 숙성 삼겹살, 허브삼겹살, 고추장삼겹살, 토종 된장 삼겹살 등등 다양한 삼겹살이 생겨났다.
삼겹살 탐미의 민족답게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고 좋게 먹을 수 있는지 연구한 결과들이었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비법들은 많이 없지만 그 종류만 보더라도 얼마나 삼겹살을 사랑하는 민족인지 알 수 있다.

모양은 다르지만 인기를 끌었던 대패 삼겹살집의 유행도 기억할 만하다.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님이 고기를 써는 육절기가 아닌 상대적으로 동력이 약한 햄 써는 육절기를 잘못 사들여와 탄생시킨 삼겹살이다. 두께가 일반 삼겹살에 비해 아주 얇아서 빨리 익고 바싹 익힐 수 있다. 국내산 삼겹살 보단 수입산 냉동 삼겹살을 30% 정도 해동 후 육절기에 넣어 치즈나 샌드위치 햄 두께로 썰어낸다. 이때 여전히 냉동 상태이기 때문에 돌돌 말려서 나오는 모양이 특징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1인분에 1000원에서 2000원 사이를 오가며 서민들의 술안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육즙 같은 것을 기대하긴 힘들었고 빨리 익고 바싹 익는 맛에 먹는 삼겹살이었다. 

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 '벌집 삼겹살'인데 칼집 삼겹살이라고 하며 일반 삼겹살 두께보다 조금 더 두께를 주고 양면에 사선으로 칼집을 내어 익혀주는 것이었다. 후추나 향신료를 살짝 더해서 익혀주면 고기의 기름도 잘 빠지고 속까지 금방 익혀 먹을 수 있었다. 일반 삼겹살보다 육질이 연해지고 식감이 좋아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시간이 지나 많이 보편화되어 꼭 식당이 아닌 일반 정육점에서도 접하기 쉬웠고 인터넷으로 몇 번 보면 집에서도 해먹이 쉬울 정도가 되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오겹살이란 것도 있는데 식당에서 판매가 되고 유행이 되기 전 이미 마장동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삼겹살이었다. 별다른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삼겹살의 돼지 껍데기를 가공하지 않은 버전이다. 껍데기가 너무 덜 익거나 많이 익히면 매우 질겨지지만 적당한 익힘을 맞추었을 때는 쫄깃쫄깃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필자는 마장동에서 처음 일을 배울 때 오겹살을 먹으면 돼지털을 같이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처음엔 잘 먹지 못했지만 현재는 기술이 발전한 만큼 가공은 완벽에 가깝게 유통되고 있다. 

 

이제 삼겹살에 관한 글은 다음 편을 마지막으로 끝내려 한다. 다른 누가 보면 삼겹살에 미친 사람 같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만큼 많이 사랑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모쪼록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라며 오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