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이 돼지의 대표적인 부위이지만 삼겹살 하나 먹자고 돼지를 잡지는 않는다. 정육업계에 들어와 2년쯤 일하다가 '돼지고기는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먹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구이류 부위도 분명 존재하지만 최근 트렌드를 보면 비구이류 였던 부위도 조리법을 개발하여 새로운 맛과 식감을 끌어내는 식당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전부터 그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예전보다 수요가 확실히 늘어나니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구이류 부위는 5가지 정도 얘기하는데 삼겹살,목살,갈매기,가브리 항정살이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미삼 즉 오겹살을 추가로 6개까지 꼽을 수 있으며 조금 더 확장하자면 갈비와 앞다릿살을 추가로 넣을 수 있겠다. 돼지갈비야 삼겹살만큼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만족시켜 줄 대표적인 부위였고 그 인기는 여전하다. 돼지고기의 앞다릿살도 저렴한 가격에 구이류로 파는 식당이 생겨 가벼운 마음으로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이 생겨났다.
이처럼 부위에 구분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우리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는 돼지고기에 대해 소개하며 다시 한번 소중함을 느끼는 포스팅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
- 갈비와, 앞다릿살! 뒤처지지 않고 있습니다 -
갈비와 앞다릿살은 발골 시 한 부위로 떼어낸다. 그리고 갈비와 앞다릿살을 나누는 곳에 칼을 넣어 분리하는데 이때 업자들은 갈비의 수요가 많은 시기엔 앞다릿살을 좀 더 붙여 갈비 무게를 많이 나가게 정형한다. 앞다릿살은 구이부터 수육, 볶음, 찌개까지 만능으로 조리가 가능하기에 그때그때에 맞추어 두 부위의 양을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돼지갈비는 명절에는 찜류로 많이 나가고 정육점에선 포를 떠달라 부탁하면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뼈에 살을 넓게 떠서 만들어준다. 기본적으로 양념은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달달함을 추가하며 숯불에 구워 먹으면 진가가 나온다. 삼겹살의 인기가 워낙 높을 때 가격이 비싸지니 대체재로 큰 유행을 탔고 현재까지도 돼지갈비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위에 서술한 갈비는 뼈의 2번부터 5번까지 갈비를 말하였고, 등갈비는 이후 나머지 뼈에 반 정도만 삼겹살을 얇게 붙여 만든 갈비가 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글이 길어지니 이 정도까지만 하겠다.), 등갈비는 주로 찜으로 조리를 하였는데 삼겹살이 붙다 보니 가격도 같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고 매운 갈비찜이 유행할 때 국내산은 워낙 비싸서 수입산으로 많이들 소비되었다. 캠핑의 유행으로 국내산 등갈비는 소금,후추,허브를 넣은 시즈닝에 재워 숯불에 구워 먹는 조리법이 성행하기도 했다.
앞서 서술했듯이 앞다릿살은 만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위이다. 어떤 요리를 하여도 기본은 하고 또 1마리의 돼지에서 적지 않은 양이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정형시 앞다리에서 항정살을 떼어내는데 항정은 특수부위로 따로 팔며 항정살을 떼어낸 자리를 삼겹살처럼 썰어 구워 먹어도 가격에 비해 충분히 맛있다. 고기를 두껍게 썰어 칼집을 내고 소금,후추 정도만 간을 하여 숯불에 구워 먹으면 충분히 맛있다.
앞다리에는 지방이 매우 적은 부분도 존재하는데 수육이나 구이를 하여도 퍽퍽한 편인데 주로 다이어트를 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었다. 삼겹살처럼 고르게 지방과 살코기가 분포되어 있지는 않지만 앞다리만큼 안전한 요리 재료도 없다고 할 정도로 모든 요리에 쓰일 수 있다.
- 대용량 재료, 뒷다릿살 -
돼지의 둔부에 해당하는 뒷다릿살은 덩어리가 매우 크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운동량이 적은 부위이다 보니 여타 부위에 비해 담백함도 떨어지고 근내지방량도 적어서 퍽퍽하다. 일반 소매점에서도 고기 부위 중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는데 한 근(600g)에 2500원에서 4500원 정도 판매가 될 때도 있고 이제 막 오픈한 매장에선 4근에 만 원씩 묶어서 판매하기도 한다. 주로 비닐에 동그랗게 말아 냉동 후 제육볶음용으로 얇게 썰어 판매가 이루어지고 가격도 저렴하여 함바집이나 저렴한 메뉴를 내놓는 식당에서 많이 찾는다. 아주 잠깐 유행했던 바싹 불고기라 하여 간장 베이스의 볶음을 바삭해질 때까지 익혀서 파무침을 올려 먹는 메뉴가 있었는데 이때 뒷다릿살과 수입산 목 전지 살을 섞어 판매되기도 하였다. 개인 고객들은 대용량으로 많이 사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어르신들께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나눠 드실 요량으로 많이들 사 가시며 필자가 학교급식 납품 업체에서 잠깐 일했을 때는 물건이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냉동을 사 오기도 하였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업자들이 단가를 맞추기 쉬운 부위이다.
- 일본에서 많이 찾는 안심,등심 -
모든 부위 중 가장 부드러운 부위는 안심이다. 심지어 손으로 그냥 누르고 있으면 구멍이 날 정도로 결이 곱고 고기가 부드럽다. 근내지방 없이 근육들로만 꽉 찼으며 맛은 밋밋하고 싱거운 편이라 주로 조림에 많이 쓴다. 일본에서는 돈까쓰용으로 안심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수출을 많이 하였다.
등심 또한 안심과 마찬가지인데 돈까스의 대표적인 부위이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필자가 정육점에 일하면서 연구의 목적으로 모든 부위를 다 구워봤는데
안심과 등심은 열을 가할 시 조직이 단단해져 매우 질겨진다. 동남아시아의 레스토랑에 가면 돼지고기 안심과 등심으로 저렴한 스테이크로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능한지 실험을 위해 필자도 도전해 보았지만 실패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레스토랑에선 자체적인 숙성법으로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한다. 그리고 필자도 먹어보진 않았지만 등심의 모든 근막을 제거하여 돼지고기 육회로 먹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현대의 사육 기술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니 궁금한 맛이기는 하다.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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