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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고기에서 고기다.

7.<돼지고기>돼지지방의 유해성, 낡고 오래된 이야기

by 태정태세갑근세 2024. 2. 2.

라드이미지
돼지 지방으로만든 라드는 고급식재료이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꺼려한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방을 멀리한다고 하지만 실상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물론 과유불급이라 하여 넘치게 많은 것은 분명 문제가 되지만 정확한 이해와 이유가 없이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생각의 자유와 자신의 신념이라 하면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겠지만 정확히 알고 지나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그동안 일반 소매점에서 일하며 수많은 설득과 공감의 노력에도 늘 싸워왔던 이야기를 쓰려한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난 과거가 생각나 화도 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지방에 대해 수많은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 졌음을 알리고자 하며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겠다.

- 사건의 시작, 우지 파동 -

40여년 전에 동물성기름에 대한 전 국민의 인식이 나빠지기 시작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우지 파동이라 하여 검찰에 날아든 한 투서로 인해 동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라면,쇼트닝,마가린 업계에 최대 흑역사인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일부 식품회사가 동물성기름(우지)를 사용하는데 식용이 아닌 공업용 우지를 사용한다는 투서를 토대로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하고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여 동물성 기름에 대한 충격과 혐오감을 안겨준 사건이다. 투서의 진위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이후 보건복지부도 나서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여 무해하단 결과를 내놓았지만 당시는 언론의 힘이 매우 강하던 시절이라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전이가 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서의 내용대로 조사했더니 사실과 달랐고 유해성 또한 검찰,언론,과학계,보건사회부,국립보건원 어디에서도 주장만 다를 뿐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당시 우지 파동으로 인해 휘청이던 식품회사도 전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동물성우지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축소되었으며 그 자리는 식물성기름이 대체되며 잠잠해졌다. 

후에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것이 밝혀졌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고 이미 식물성기름, 가장 많이 쓰는 팜유가 시장에 완전 자리매김하여 동물성기름은 버터 정도를 제외하고 일부 고급 중국요릿집에서 쓰는 수준이 되었다. 그래도 오래전부터 장사하시던 분들중 국물 요리를 하는 자영업자 분들은 우지를 일부러 사서 조리하시기도 한다.

- 돼지기름, 다시 보기 -

소기름과 다르게 돼지기름은 녹는점이 인간의 체온과 유사하다 보니 먹고 난 후에 체내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불포화 지방이라 쌓이지 않고 배출이 된다. 비타민D가 풍부해 근력 발달이나 면역기능에 좋은 작용을 한다. 또 심장 기능과 혈액의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준다. 물론 정상적으로 섭취를 했을 경우이다. 소기름도 같은 동물성 지방일 뿐 정상적으로 섭취한다면 우리 몸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고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비율도 돼지고기에 비해 약간 낮을 뿐 적당량을 섭취하면 크게 문제가 없다. 이처럼 지방 자체가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인데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한 잘못된 인식은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관련된 논문과 실험은 미국에서도 증명이 되었고 정치적 입장과, 기업들의 로비로 인해 인식이 나빠진 사건들이 시대가 지나도 바로 잡히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식물성이든 동물성이든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단순히 기름의 문제라고 단정 짓기엔 업계종사자 입장으로서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

- 사실은 고급 식재료 입니다 -

다시 돼지 지방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자면 외국에선 라드(Lard)하여 돼지 지방을 녹여 만든 식재료가 있다. 단순히 지방만 녹인 것도 있지만 향신료나 허브 소금,후추를 가미하여 빵에 발라 먹거나 볶음요리, 튀김 요리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버터와 유사한 쓰임새로 쓰지만 버터에 비해 발연점이 팬프라잉시 식재료가 타지 않게 도와주고 풍미를 가미하는데 쓰기도 한다. 특히 한식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데 김치를 볶거나 전을 부칠 때 사용하면 콩기름 식용유보다 훨씬 더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단점이 있다면 인체의 온도와 같은 36.5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다가 그 이하의 온도에선 고체상태로 굳게 된다. 가정에서 사용하며 하수구에 버리게 되면 배관 막힘이 생기기 때문에 세제를 섞은 온수를 일정 시간 틀어주어 흘려보내 주면 된다. 사실 지방은 많은 요리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시중에서 파는 만두나 함박스테이크, 떡갈비 등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과거엔 중국요리점에서 면을 볶거나 소스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였지만 위에 서술했듯이 하수구 막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기피하게 되었다. 일부러 포집 장치를 설치한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지방의 냉장 보관은 기간도 짧고 지방 자체가 고기에 비해 먼저 산패하는 시간이 짧으니 보관에 유의하며 사용하고 냉동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 긴 이야기를 마치며 -

그동안 업계종사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경험해 온 것을 토대로 돼지고기에 대해 서술하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인 만큼 돼지고기를 사랑하고 모든 부위를 먹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민족은 없는 것 같다. 맛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살아 있는 한 돼지고기는 끊임없이 사랑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련된 입장에서 글을 쓰느라 많이 감정적으로 변하는 어투를 줄이려 노력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글을 읽으며 고기를 먹을 때 즐거움이 조금 더 해지기를 바라며 돼지고기의 연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