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부터 소는 각호마다 재산의 한 축을 차지하였다. 농경사회에서 사역소의 역활은 그만큼 대단했기에 고을의 관청에서 집마다 몇 마리를 키우는지 기록하며 관리했다. 최초의 기록은 통일신라 시대였고 이후는 소실이 되었는지 관리를 안 한 건지 조선시대에서야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들어 다시 관리를 하며 축우개량 사업을 위해 사육 수를 늘리려 하였다. 북부지방에 우량한 수소를 남쪽에 보급하고 암소를 빌려주어 마릿수를 늘리려 하였고 사료를 빌려주기도 했다. 1910년에 60만 마리 정도로 파악되었던 것이 1920년에 들어 150여만 마리로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통계상 사육 수가 줄어들다가 1970년대에 들어 120만 마리로 집계되기도 했다.
본 이야기에 앞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우의 사육 수는 더 늘어나지 않는다. 이젠 축사가 혐오시설로 분류되어 지자체에서 허가가 잘 나지도 않으며 사역 소에서 식용 소로 변하는 과정에서 축사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 곳에서 키우는 두수만 증가하였다. 냉장, 냉동, 유통 기술이 발달하였고 한우는 고가에 속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수입육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우가 아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외래종과 수입육에 관해 글을 써보겠다.
- 육우, 조상은 외국 하지만 국내산 -
식용을 위해 기르는 소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적갈색 털의 황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네 정육점이나 식당을 보면 한우라는 문구 말고 '국내산'만 적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육우를 뜻하는데 육우란 육용 소, 교잡종, 젖소 수소나 새끼를 낳지 않았던 젖소 암소에서 생산된 고기를 뜻 한다. 일반적으로 홀스타인종의 거세한 젖소 수소를 많이 사용한다. 젖소 암소는 새끼를 낳기도 하고 우유를 생산하기에 기르지만 수소는 번식소 외에는 쓰임새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우를 대신해서 다른 종과 교배시켜 빠른 성장을 하는 소를 키우기엔 거대한 자본과 유통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 또한 쉽지는 않다. 젖소 암소는 임신 중에만 젖을 생산하기에 새끼를 계속 생산하고 그중에 암소만 골라 임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수소의 두수는 계속 증가한다. 그래서 일찍이 거세를 시켜 키운 후 도살한다.
육우는 한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사육하는데 비용이 적게 들어감으로 한우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에 모든 젖소는 한우와 교배종이 없으니 모태는 외래종이 맞다. 국내산으로 표기가 된 이유는 외래종이지만 한국에서 번식하여 한국에서 키우고 고기를 얻었으니 국내산 표기가 맞다.
고기를 얻기 위한 종 개량이 없다 보니 당연히 맛은 한우보다 떨어진다. 물론 육우도 근내지방에 따른 등급제도 존재하지만 이미 기름 소가 된 한우에 비해 마블링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지방이 적다 보니 담백함이 더 느껴지며 30~40% 저렴한 가격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육우=젖소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아주 단순하고 편협한 인식이다. 육우란 단어 자체가 육용종 소를 뜻하는데 다만 한국에선 젖소 수소가 비중을 많이 차지할 뿐 한우를 제외한 모든 소는 육우가 맞다. 대부분의 인식은 젖소에 젖을 다 짜고 수명이 다해 죽은 고기라고 생각하는데 필자도 처음 소매점에서 일할 때 이런 인식과 싸우느라 너무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싸운다. 수명이 다한 젖소 암소는 젖소라고 표기하고 판매되어야 한다. 물론 젖소를 잡는 경우도 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 단체급식이나 대량 제조 업체에서 가장 많이 선호한다.
비록 맛은 한우보다 떨어지더라도 한우와 똑같은 시스템에서 관리와 사육이 되는 만큼 과거보단 근내지방도나 신선도가 많이 개량되었다. 미식가 정도 수준의 맛에 예민한 편이 아니라면 저렴한 가격에 안심, 채끝, 꽃등심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이 있다.
과거에 소비자를 속이고 기만한 업체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생겼고 사고가 생긴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10여년 업계에서 일해보니 지자체의 단속은 생각보다 그렇게 허투루 하지 않는다. 그렇게 간 큰 소매점이나 도매점이 있다면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것이니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양껏 먹는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 유통의 발달과 수입 소고기의 습격 -
한우는 수요에 비해 개채 수가 적고 사육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공급량을 맞출 수 없으니 60년대 후반 호주산 소고기를 시작으로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 미국산 소고기도 차츰 국내에서 비중을 넓혀갔는데 90년대에 들어 호주산 소고기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이때 쯤 국내에선 소고기 무한리필 집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미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생겨났고 국내에 거센 시위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소고기의 수입이 중단 되었고 이때 한우의 소비량과 개채 수가 다시 증가 하였다. 2008년 쯤 서서히 수입량이 증가 하였으나 광우병에 대한 인식은 여전하였고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호주산 소고기가 시장 점유율을 다시 높여갔다. 목초를 먹고 자란 청정우라는 이미지 마케팅이 크게 작용하여 50%의 점유율을 기록하였다.
2017년부터 미국산의 수입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품질개선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인식도 많이 개선 되었고 국내에선 저렴한 가격에 양을 늘린 소고깃집이 생겨나며 선호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온라인 판매와 배달서비스로 인해 더욱더 수입 소고기의 의존도가 높아져 갔다. 현재까지도 수입 소고기의 비중은 40% 정도 된다. 구매력이 증가하였다고 하지만 저렴함과 문턱을 낮춘 접근성 때문에 의존도는 계속 유지 될 것 같다.
확실히 수입산은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부위만 볼 줄 알거나 믿을 만한 판매점이 있다면 수입산 소고기도 충분히 맛이 있다. 수입산도 등급제가 존재하고 근내 지방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가장 높은 미국산 프라임 등급의 소고기는 한우 만큼은 아니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제값을 하고도 남는다.
호주산소고기는 마블링이 적고 다른 수입소고기에 비해 질긴 편이다. 식당에선 조리법과 숙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데 일반 소비자라면 찜이나 탕용 정도가 적당하고 구이용을 찾고자 한다면 호주산 와규를 확인하고 구매해야한다. 와규는 일본이 전통이지만 호주산과 미국산의 교배종인 와규도 존재하므로 구이용은 꼭 확인하고 구매 해야한다.
- 마치며 -
현재 한국에선 서술한 내용의 수입 소고기 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소고기가 존재한다. 이 내용을 따 쓰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가장 대표적인 것만 조사 후 기술하였다. 고기의 맛은 철저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맛있고 좋다 라는 논쟁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하는 맛이 수입인지 국내산인지 보단 스스로가 고기를 먹을때 즐거움을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이 경험하시고 많이 즐기시며 행복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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